30대 L씨는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거나 미팅이 있을 때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오는 바람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곤란할 때가 많은데요. L씨의 복통은 바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입니다.
2018년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약 164만 명으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그 환자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잦은 복통, 설사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방해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시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장관의 기질적인 이상 없이 만성적인 복통 또는 복부 불편감, 배변 장애를 동반하는 기능성 장 질환입니다. 복부 불쾌감, 팽만감, 복통이 최근 1년 동안 적어도 3달 이상 있으면서 배변의 빈도와 양상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전체 인구의 약 7~15%가 앓고 있는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 중 하나로 사춘기에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보통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잘 나타납니다. 전형적인 증상은 아랫배가 아프고 배변 습관이 바뀌는 것입니다. 복통이 심해도 이러한 증상은 변을 보고 나면 대부분 사라지며, 이 밖에도 점액질 변, 잦은 트림이나 방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우울, 불안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2014년 146만 명이었지만 2018년 164만 명으로 5년간 12% 증가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46.4%) 보다 여성(53.6%)에서 좀 더 많이 발생했으며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났지만 그 중에서도 50대(20.6%)가 가장 많았으며 40대(15.3%)가 뒤를 이었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원인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가족적 소인, 불안 및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 과음,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사나 편식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우리가 먹은 음식을 항문 밖으로 이동 시키는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이 과정이 어느 때는 너무 세게, 어느 때는 너무 약하게 진행되는 등의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위와 장과 같은 소화기관은 의지대로 조종할 수 없는 근육인 '불수의근'에 의해 움직이는데, 스트레스나 불안 등에 의해 소화기관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복통과 함께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대뇌와 장은 장 근육의 기능을 관장하는 신경망에 의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후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아니고, 증상이 지속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일 때 진단 됩니다.
심리적 요인 외에도 세균성 장염을 앓고 난 7~30%의 환자에게서 '감염 후 과민성 장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하고 대장 내 상주 세균의 구성이 비정상적인 경우 장관 내 발효가 증가하고 과다한 가스가 생성되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효과적인 저 포드맵식단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화 과정에서 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대장 속 박테리아와 만나 발효가 되기 쉬운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등의 탄수화물인 포드맵을 적게 섭취하는 '저 포드맵'식단이 많이 추천되는데요.
대표적인 저 포드맵 식품은 키위입니다. 대만 연구진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그린 키위를 4주 동안 매일 2개씩 섭취한 환자들의 대장 운동 빈도가 증가하고 배변 형태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 연구팀도 저 포드맵 식품으로 키위를 과일 중 최초로 공식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키위의 풍부한 식이섬유와 식물성 영양소인 폴리페놀은 유산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 효과가 있어,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구마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효과적입니다. 저 포드맵 음식이면서 포만감이 높아 위와 장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간편하게 섭취하기 좋습니다. 고구마 한 개에는 하루 권장량의 16%에 해당하는 약 4g의 식이섬유가 들어있습니다. 고구마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을 많이 발생시켜 유해한 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장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타임지가 10대 슈퍼 푸드로 선정한 시금치도 저 포드맵 채소입니다. 시금치 속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가스나 변비 해소에 효과적입니다. 시금치는 가장 먼저 노화가 나타나는 장기 중 하나인 장의 노화를 늦추는데 효과적입니다. 시금치 속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는 장 점막을 강화하고 장의 노화를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유산균 섭취도 주의해야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내 세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산균을 장기간 복용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유산균도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비만세균을 억제하는 유산균은 장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정확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뒤 오히려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부팽만감,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균 역시 '세균'으로 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있다면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한 후 복용하도록 합니다.
한 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생긴 환자는 치료를 해도 쉽게 재발합니다. 자극적 음식과 술, 카페인, 지방이 많이 든 식품은 섭취를 줄이거나 삼가야 합니다. 우유와 콩류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쌀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식이섬유가 많이 든 과일과 채소류를 섭취하며 섬유질이 많이 든 식품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배 속에 가스가 많이 생길 수 있어 상황에 맞춰 적당한 양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