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셔터 아일랜드', '해빙' 등의 영화와 범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 국내에는 약 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흔한 질환입니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던 질환으로 2011년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상과 편견을 벗고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이상을 조절해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현병이란?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입니다. 조현병은 국내 추산 환자만 약 50만명에 이르지만, 질환을 인지하고 치료에 응하는 사람은 10만 8천명 수준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조현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14년 11만 4544명에서 2018년에는 12만 1439명으로 4년 새 약 6% 증가했습니다. 보통 15~25세에 발병하며, 남성은 평균 18세, 여성은 평균 25세로 남성이 다소 일찍 발병합니다.
조현병 증상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망상과 환각, 와해된 언어와 행동, 긴장증적 행동, 음성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조현병으로 진단합니다. 조현병의 증상은 크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으로 분류 됩니다.
양성 증상은 정신기능의 왜곡이나 과도를 보이는 것으로, 망상, 환각, 사고장애, 괴이한 행동 등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 주변 사람들의 주의를 끕니다. 타인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감각을 생생히 경험하는 것을 환각이라고 합니다. 조현병 환자의 90%가 환청을 듣습니다. 없는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죠. 망상은 타인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 누군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생각 등입니다. 사고장애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인데요. 엉뚱한 대답을 하고 관계 없는 얘기를 하거나 조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합니다.
음성 증상은 정신기능의 결핍 또는 감소로 무언증, 무쾌감증, 무의욕증 등이 있습니다. 외부로 보여지는 행동이 감소해 오히려 무감각해지는 상태인데요. 꽤 중증에서 나타납니다. 의욕이 줄고,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며 밤낮이 바뀌고 위생관리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조현병의 원인
조현병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크게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약 1% 정도인데 비해, 조현병 환자의 직계 가족은 10%로 10배 증가하고, 2차 직계 가족도 일반인에 비해 발병률이 높습니다. 쌍둥이 연구에서도 한쪽이 조현병일 경우, 다른 한쪽의 발병률은 40~65%였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은 두뇌 속의 세포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도록 하는 물질인데요. 조현병에서는 신경전달물질 중 특히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불균형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의 두뇌는 정상인의 두뇌와 비교하였을 때 차이를 보이는데 뇌실의 크기가 좀 더 크거나, 일부 뇌 부위의 대사가 감소되어 있기도 하는데 이는 출생 이전에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되는데요. 사춘기에 이르러 차이가 명백해진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조현병의 가장 기본적인 발병 원인이 유전적이라고 할지라도 출생 전후,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겪는 환경적 요인들이 조현병의 실제 발병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환경적 요인은 치료와 경과, 예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조현병 치료의 한계
조현병은 치료만 제대로 받는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는 약물 치료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급성기의 정신운동성 초조, 환청 등의 증상은 수 일 내에 호전되고 망상 또한 수 주내에 호전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약물을 6~8주 유지할 경우 상당 부분 호전 됩니다.
조현병은 재발할 수록 신체 기능의 수준이 저하되고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는 등 퇴행성으로 진행 되는 경향이 있어, 재발의 방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를 거르지 않고,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유지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꾸준한 약물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장기지속형 주사형 약물도 사용되고 있지만 2018년 기준 의료급여 대상인 조현병 환자가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 받는 비율은 0.7%에 그쳤습니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약물들이 체중 증가를 비롯한 당뇨나 고지혈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대사변화를 일으켜 치료의 한계가 있는데요. 이에 최근 주사제를 넘어 패치, 필름형 등 환자의 편의를 고려한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녹는 필름형 신약 등장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되면 약을 거부하거나 뱉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 제약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녹는 필름형 조현병 치료제는 물 없이 복용할 수 있고, 입안에서 쉽게 녹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지속적인 약물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조현병 외에도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도 처방이 가능한 해당 신약은 FDA 판매 허가가 나면 이르면 올 하반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4주간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가 FDA 허가를 받았는데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및 토파민, 글라투메이트 수용체 길항제로 급성 증세 악화를 막고 기존 치료제에서 문제로 지적된 체중 증가, 추체외로 반응 등을 최소화 하여 기대를 얻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스스로 깨닫기가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권해야 합니다. 조현병은 초기 치료시엔 충분히 안정화 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